
· 발데린 신화 (성서) ·
태초, 가려지는 곳 없이 온통 빛뿐인 세계 아래 생명이 깃든 만물은 그늘 없이 온통 불바다 속에서 안식을 맞이할 수 없으매 이를 불쌍히 여긴 라 크라께서 세상에 밤을 선사하였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이 낮과 밤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에 어지러워할 시 인간들은 높게 뜬 태양이 떨어지면 다가올 어둠과 어둠이 드리우면 다가올 이빨과 발톱 난 짐승들을 두려워하였다. 이 작은 이들을 가엾이 여긴 라 크라, 어둠과 밤의 신께서는 한 쪽 눈을 떠 낮의 해와 같이 빛나는 달을 띄우고, 흑단같은 머리칼에 수많은 별을 박아 우리 가는 밤길을 밝히시었다.
대양과 같은 라 크라의 자비에도 깊은 산속에 파묻힌 마을 이드란(Idraan)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땅이었으니, 이드란의 사람들은 라 크라에게 은혜를 베풀기를 간청하였다. 이에 라 크라께서는 이드란의 작은 신자들에게 밝게 빛나는 눈동자를 주어 그들이 자신의 품 속에서 자유로이 누빌 수 있도록 하였다. 라 크라의 은혜를 입은 생명들은 자신들의 마을 이드란을 라피즈(Lafiiz)라 하여 축성하였다.
(발데린 1:1-3)
~ 중략 ~
어느 날 라 크라의 성지 라피즈에 마물이 나타나 라 크라의 아이들을 앗아가니, 라 크라께서는 이에 분노하며 모든것이 가려진 밤에 태어난 아이, 발데린에게 자신의 권능을 부여해 자신의 성지를 지키도록 하였다. 신탁의 아이가 손을 뻗음에 온 세상에 어둠이 도래하였고 이를 거둠에 세상의 모든 악이 사라지더라. 라 크라께서는 이후 계시를 내려 모든것이 가려지는 밤에 태어나는 아이를 대대로 떠받들고 추앙하게끔 명하였다. 그리하여 그 충실한 라 크라의 종이 세상의 악을 뿌리치도록 하시었다.
(발데린 7:13)
· 폰티교 ·
폰티교, 풀네임 라 폰티 드 르노아(La ponti de Rnoa)교는 어둠과 밤의 신 라 크라(La krah)를 숭상하는 제국의 독자적이자 유일한 종교이다. 폰티교의 신자들은 어둠, 적막, 질서, 관용을 선호하며 이를 곧 신성함으로 여긴다. 또한 달과 별을 유일신 라 크라의 일부로 생각한다.
라 크라는 제국의 유일신으로 공통적으로 검고 긴 머리카락에 달이 박힌 한쪽 눈동자를 뜨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지역마다 여성체와 남성체의 차이, 머리카락의 생김새 등은 차이가 있으나 앞서 말한 생김새와 라 크라의 온화하고 자비로운 성정은 모두 동일하게 언급된다.
밤에 드리우는 어둠과 그곳에 박혀있는 수많은 별들은 라 크라의 흑단같은 머리칼, 홀로 떠있는 달은 라 크라의 눈동자로 생각해 삭망 현상을 라 크라가 눈을 뜨고 감는 것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민은 양력이 아닌 음력을 사용한다.
폰티교인들의 어휘 또한 밤이나 달, 별에 관련되어있을 때가 많다. 어길 수 없는 맹세를 할 때엔 ‘달빛에 심장을 내걸고’, 끝도 없음을 표현할 때엔 ‘이 세상의 어둠 전부만큼’같은 말을 쓰며, 속담에도 이와 비슷한 말들이 많다. 폰티교의 상징은 라 크라의 두 눈동자인 달을 겹쳐 그 위에 팔망성을 그려넣은 모양새다. 상징을 그릴 때는 꼭 검은색으로 그린다.

라 크라를 위해 기도할 때는 호수나 물을 떠놓은 그릇에 달이나 별이 비치도록 하며 천으로 눈을 가리고 기도한다. 이때 눈을 가리는 천은 특별한 의미가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하늘이 흐려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날은 안식일로 생각하여 기도를 쉬어도 된다. 라피즈에 거주하는 영지민들은 라피즈 신전 옆 제일 큰 호수에서 물을 길어 기도할 때 쓰는 성수로 사용한다.
폰티교는 신탁이 내린 이후 라피즈에서 월식이 일어나는 밤 태어나는 아이를 라 크라의 종으로 여기고 귀하게 키우는 교리가 있다. 그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교단에 소속되며 이는 공작의 자식이든 평민의 자식이든 다를 바가 없다. 현재 라 폰티의 교황은 개기월식이 일어난 순간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진실의 거울 ·
라 크라가 계시와 함께 내려주었다 전해지는 성물로, 이 앞에 놓여진 것은 거짓을 담을 수 없다고 한다. 라피즈 영지 내 가장 깊은 곳에 철저히 보관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중요한 재판과 국제적 위기가 닥칠 시에 사용되고 있다. 진실의 거울 앞에 서 보았다던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그 거울은 누군가를 비추는 것보단 진실만을 담은 세계가 거울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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